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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랑 5백만 원으로 디자인 창업을, 게다가 해외로?

woodsmell 2012. 6. 20. 10:55

 

 

달랑 5백만 원으로 디자인 창업을, 게다가 해외로?

Daum과 함께하는 청년일자리 프로젝트...디자인① 테일(Tale) 디자인 김종환 대표

하이서울뉴스 이정현 | 2012.06.19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통장에 달랑 5백만 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넉넉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돈이다. 그 돈으로 창업을 한다면? 물론 형편없이 모자란다. 아무래도 사업을 시작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돈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돈이 없는 사람과 아이디어가 없는 사람. 그 중에 누가 더 실패할 확률이 높을까.

달랑 5백만 원으로 창업, 그렇다면 믿는 구석은?

"디자인 회사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 통장에 있던 돈은 고작 5백만 원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경기도 성남시에 작은 사무실을 얻었죠. 그런데 한 달 뒤에 강남청년창업센터에서 사무실을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그래서 당장 짐을 싸서 달려왔죠. 강남구에서 개포동 옛 개포 어린이집을 수선한 공간을 청년 20명에게 사무공간으로 내어 준 것이었는데, 한 평이 채 안 되는 좁은 공간이었지만 공동 사무기기도 있었고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하기에는 더할나위없이 좋았어요."

"강남구 창업센터에서 1년 정도 인큐베이팅을 받았어요. 그 당시 제 주변에는 사업하는 사람이 없어 어려운 일이 생겨도 물어볼 데가 없었어요. 그때 센터에서 선배사업가를 소개해주었고 여러 가지 조언을 얻어 비교적 손쉽게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창업을 하면 취업했을 때와는 다르게 잦은 문제와 마주치게 됩니다. 그럴 때 창업기관이 주변의 도움과 조언을 받도록 연결해주는 허브역할을 해주죠"

 

물론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혜택은 아니었다. 그는 대학교 3학년 때 이미 한번 창업을 한 경험도 있는데다 막걸리 표준잔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달잔'으로 제품 아이디어까지 가지고 있던, 그야말로 준비된 사업가였던 것.

"사실 달잔은 공모전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이미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였어요. 대학생 시절 디자인전시회에 참가할 일이 있었는데, 그 당시 제가 맡았던 주제가 일주일 중 '월요일'이었어요. 월이라고 하면 달이 떠오르고, 달하면 시인 이태백. 이태백은 술?...그럼 술잔? 그렇게 생각이 거듭되면서 결국 달잔이 생겨난거죠"

달을 품은 잔, 대박나다

달을 품은 잔. 술을 가득 담았을 때는 그저 소박한 술잔일 뿐이다. 그러나 술이 줄어들어 바닥이 살짝 드러나기 시작하면 술잔 바닥에 하얀 반달이 생겨난다. 술이 조금씩 줄어들수록 달도 조금씩 얇아져서 이내 초승달이 된다. 간단하지만 아름다운 아이디어다.

그의 달잔은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도쿄 디자인 위크에서 일본 기업들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막걸리가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참이라 아름다운 잔까지 더하니 눈길을 끌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달잔의 인기는 일본뿐만이 아니었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라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에서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독일 IF 콘셉트 디자인 어워드, 영국 샘소나이트 스페셜 상, 아시아디자인넷 등 다양한 대회에서도 연이어 수상했다.

"홍대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을 때였어요. 친한 선배와 3학년 때 처음으로 창업을 하게 되었죠. 그때 만들었던 것이 나뭇잎 모양의 포스트잇이에요. 홍대 앞의 KT&G 상상마당에서 판매를 했는데 그게 생각보다 꽤 잘 팔렸어요. 꼬박꼬박 한 달에 백만 원 정도 벌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생각했죠. 한 군데에서 백만원이니까 그럼 두세 군데씩 판매할 매장을 더 발굴하면... 돈을 몇 배로 벌겠구나! 하하. 하지만 셈이 너무 단순했던 거죠. 현실은 계산과 전혀 다르더라구요"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그 당시의 첫 창업경험은 그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 생산할 것인가부터 유통, 판매까지 다양하게 공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함께 일했던 선배는 지금도 계속 제품을 만들고 있다. 간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조언도 듣곤 한다.

조언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에게 가장 큰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누굴까. 선배 디자이너? 글쎄, 그의 대답은 조금 다르다. 판매 시장을 누구보다 훤하게 알고 있는 유통업계 친구들이란다. 지금도 그는 그 당시부터 사귀어온 유통업계 친구들에게서 조언을 얻는다. 새로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인기를 얻을 지 미리 품평하는 일에도 언제나 그들의 몫이 크다.

"일하는 시간 외에는 별로 개인 시간이 없어요. 아침 일찍 사무실에 오면 자정이나 새벽이 되어서야 들어가고.. 그래도 사람들 만나는 건 언제나 즐거워요. 저와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모르는 분야도 알게 되고 신선한 자극이 되거든요. 그렇게 만나는 친구들이 가끔 뜬금없는 아이디어를 주면서 '이런 것도 좀 만들어봐라' 하는 일도 있어요"

친구뿐만이 아니다. 가족들도 가끔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달라고 할 때가 있다. 대부분은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그 중의 일부는 간혹 진짜로 상품이 되기도 한다. 최근 디자인한 주방용품들도 이런 작은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베이스캠프는 한국, 시장은 비수기 없는 외국으로

사소한 것도 그에게 오면 멋지게 거듭난다. 나뭇잎 포스트잇으로부터 막걸리잔, 위스키잔, 꽃병, 나뭇결공책...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제품이 있는 줄 모르는 사람도 많고 값이 비싸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항상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지는 걸까. 그의 창업이 남다른 점이 그것이다.

"해외시장에 알리는 방법이요? 전시회에 참가하는 거죠. 한번은 제품을 들고 무작정 밀라노로 간 적이 있어요. 밀라노에서 열리는 유명한 디자인 엑스포에 참여할 심산이었지요. 참가비가 다른 곳보다 비쌌지만 비싼만큼 큰 행사라 결과가 어마어마하리라 생각했죠. 결과요? 돈만 잔뜩 쓰고 돌아왔죠, 뭐. 하지만 전시회 참가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사실 그런 해외 디자인 전시회에 참여하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에요. 다만, 좋은 전시회나 엑스포를 골라야 해요. 유명세를 내세워서 참가비만 비싼 곳은 좋지 않아요. 오히려 소박하고 작게 열리지만 주목받을 수 있는 장소와 테마를 갖춘 곳을 공략하는 것이 도움이 되죠"

그의 해외시장은 공략은 다소 막무가내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옳았다. 넓고 편견이 없는 외국의 디자인 시장에 그가 점점 자리를 펴기 시작한 것이다. 작년 일본을 시작으로 올해는 유럽 시장을 개척하고 북미와 동아시아 시장까지 새로 무대를 넓힌 것. 최근에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영국,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 3국, 대만, 홍콩, 중국 등 16개국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디자인제조업을 시작하려고 한다면 베이스캠프는 한국이되 시장은 세계를 상대로 해야 합니다. 요즘은 우리나라 제조업 실력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거든요. 디자인이 좋다면 세계로 나가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것도 변명이 될 수 없어요. 디자인은 말로 하는 비즈니스가 아니잖아요. 제품이 확실하다면 간단한 영어만으로도 홍보가 가능해요. 먼저 넓은 시장을 상대로 세계 각국의 문화를 읽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그 후에 제품을 개발하고 제시한다면 Made in Korea의 브랜드로 비수기 없는 넓은 시장을 누빌 수 있어요"

올해 6월에는 3만 2천 달러(2만권) 가량의 미국 물량이 출고 되었고 프랑스, 독일, 대만, 스위스에서도 물량을 주문받아 출고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효자상품인 우드페커 노트 연간 10만권 출고.

그의 사무실 한쪽에는 스튜디오와 작은 제품 창고, 포장기계까지 다 갖추어져 있다. 작은 물량은 직접 손으로 포장하기 때문. 누가 디자이너를 우아하다 했는가. 정말 하나에서 열까지 몸과 마음이 놓여나는 작업이 없다. 그러나 수출기업 사장실답게 비싸 보이는 커다란 소파 하나 없는 그의 사무실은 오히려 멋져보인다. 무릇 디자인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혹시 지금 칵테일드레스를 입고 샴페인 터뜨릴 생각부터 하고 있다면 아서라,고. 트레이닝복으로 밤샐 각오가 되어있는 당신, 진정한 디자이너다.


테일 디자인 대표 김종환의 디자인제조업 창업을 위한 남다른 조언

○ 디자인이 현실에 어떻게 쓰이는지 공부한다
모든 것의 기본은 공부다. 간혹 학교에서의 공부를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당장 소용없어보여도 기본을 공부하는 것은 중요하다. 놓치지 말고 기초 공부에 힘써라.

○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지식을 배워라
현장공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창업은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공정이다. 디자이너라고 디자인만 하고 있을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생산, 제조, 유통, 판매 모든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알바도 필수.

○ 게으른 디자이너는 없다, 발품을 팔아라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면 제작공정에 있는 모든 공장에 가 봐야한다. 제작공정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물건을 만들더라도 공정과 재료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품질과 단가부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 계획이 항상 머릿속에 있어야 한다
제조업은 한두 달 내에 결과를 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길게 보고 투자를 하고 그 동안 견디어 낼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나도 단돈 40만원으로 한 달을 버티기도 했다. 잠시 어렵다고 사업을 접는다면 시작을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10년, 5년, 1년, 1달 단위로 머릿속에 계획을 세우고 앞을 향해 뚝심있게 밀고 나가라.

○ 포기하지 마라, 재능보다는 관심과 노력이다
돈만 바라보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는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다. 천부적인 재능이 없다고 느껴져도 좋아하는 마음이 깊다면 노력하라. 좋아하면 그것과 관련된 모든 일이 흥미롭게 느껴지고 그러다보면 전문가가 되는 것. 전문가가 파는 물건에는 신뢰가 담기는 법이다.

○ 포장 하나, 사소한 것에도 신경써라
포장 테이프 하나를 붙이더라도 예쁘게 붙여라. 나 역시도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 써야 진정한 명품이 된다고 배웠고 늘 마음 속에 새기고 있다. 제품의 박스포장까지도 다 디자인이다. 세상에 하찮은 일이 없듯 하찮은 디자인도 없다.